세계 최대 광고 그룹인 WPP가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한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오길비와 VML 같은 상징적인 광고 대행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공식 발표한 것인데요. 이번 결정이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광고 업계의 근본적인 생존 방식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그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WPP 광고 대행사 구조조정이 지금 시급한 이유
글로벌 광고 시장의 공룡으로 불리던 WPP가 이토록 급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실적 부진과 시장 환경의 급변 때문입니다.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6% 감소했고 세전 이익은 무려 26%나 급락하며 위기감을 키웠습니다. 한때 250억 파운드에 달했던 기업 가치가 30억 파운드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더 이상 기존의 방식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광고 제작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고 이는 곧 광고주들이 기존 대행사에 지불하던 비용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임 CEO 신디 로즈는 조직의 과도한 복잡성과 통합된 운영 모델의 부재를 패배의 원인으로 꼽으며 단순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했습니다.
오길비와 VML을 하나로 묶는 통합 브랜드 전략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흩어져 있던 개별 대행사들을 ‘WPP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일 체제 아래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오길비, VML, AKQA가 사실상 하나의 지붕 아래서 협력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각 부서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고객사에게 보다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 조직 구조의 단순화로 의사결정 속도 향상
- 각 대행사가 보유한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 자산 공유
- 중복되는 관리 비용을 제거하여 수익성 개선

AI 위협에 맞서 비용을 절감하는 3단계 방법
WPP는 2028년까지 연간 5억 파운드(약 8,500억 원)를 절감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2년간 4억 파운드의 비용을 선제적으로 투입할 예정인데 그 과정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습니다.
- 기술 기반의 업무 자동화 도입: AI 툴을 활용해 반복적인 디자인 및 카피라이팅 업무 효율화
- 지역 기반 사업부 재편: 북미, 라틴아메리카, 유럽·중동·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등 4개 권역으로 통합 관리
- 전담 부서 신설: 고객사의 AI 전환을 직접 돕는 독립 부서를 설치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아니라 절감한 비용을 고성장 분야에 재투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광고 업계 일자리 감소가 시사하는 뼈아픈 현실
안타깝게도 조직 효율화의 이면에는 인력 감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습니다. WPP는 정확한 감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당시 7,200명, 2020년 팬데믹 당시 7,000명을 감축했던 사례에 비견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최근 영국 광고 업계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인력 유출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AI가 숙련되지 않은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이 창의성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왜 기존 대형 대행사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을까?
과거 광고 대행사는 수많은 자회사와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더 빠르고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면서 이런 비대한 구조는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경쟁사인 옴니콤 역시 최근 인터퍼블릭을 인수하며 노동 비용 절감을 통해 15억 달러의 수익 개선을 목표로 잡는 등 업계 전반에 대형화 대신 효율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데이터 활용 능력에서도 대행사들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인 광고 최적화 도구를 제공하면서 대행사가 가졌던 중개인으로서의 매력이 반감된 것입니다. WPP의 이번 시도는 이러한 기술적 열세를 극복하고 다시금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기술 중심 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한 향후 과제
WPP가 성공적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름을 합치는 것을 넘어 기업 문화 자체를 테크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신디 로즈를 CEO로 영입한 것도 이러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단순한 광고 제작사를 넘어 데이터와 AI 역량을 갖춘 솔루션 파트너로 인정받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앞으로 3년은 WPP에게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 될 것입니다. 5억 파운드의 절감액이 실제 기술 혁신으로 이어져 새로운 광고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전 세계 마케팅 업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광고 시장의 거대한 전환을 준비하며
WPP 광고 대행사 구조조정 소식은 우리에게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냉혹하게 산업 지형을 바꾸는지 똑똑히 보여줍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거대 공룡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며 창의성이라는 무기도 이제는 기술과 결합하지 않으면 그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남의 나라 광고 회사 이야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영역에서 AI를 어떻게 도구로 삼아 생존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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