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환경 보호 단체가 AI를 사용해 존재하지 않는 연구 논문과 정부 기관을 인용한 정책 제출서를 100건 이상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재생에너지 반대 활동으로 유명한 이 단체의 행위는 정책 결정 과정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AI로 조작된 정책 제출서의 실체
호주 가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레인포레스트 리저브스 오스트레일리아(RRA)라는 환경 보호 단체가 2024년 8월부터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제출한 100건 이상의 정책 제출서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단체는 상원 기후변화 에너지 정책 조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하버드 대학의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와 브라운 대학의 밥 브룰 교수의 연구를 인용했지만, 두 교수 모두 자신들의 연구가 완전히 잘못 인용되었다고 밝혔어요.
오레스케스 교수는 “제출서가 내 연구를 인용한 방식은 100%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브룰 교수 역시 “인용된 논문들이 제출서에서 논의하는 주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런 인용은 터무니없다”고 말했어요.
존재하지 않는 기관과 풍력발전소까지 등장

더욱 충격적인 것은 RRA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정부 기관들을 인용했다는 점입니다. 퀸즐랜드 주의 문라이트 레인지 풍력발전소 반대 제출서에서 이들은 2009년에 폐지된 ‘퀸즐랜드 환경보호청’을 2023년 보고서 작성 기관으로 언급했어요.
또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호주 지역계획위원회’와 ‘퀸즐랜드 계획청’도 인용 기관으로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오키 지역에 풍력발전소가 있다고 주장하며 ‘오키 풍력발전소 오염 보고서’를 인용했지만, 해당 지역에는 풍력발전소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어요.
학술지 출판사도 “존재하지 않는 논문” 확인
RRA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이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방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실린 두 편의 논문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학술지의 출판사인 엘스비어는 “이 논문들은 AI가 만들어낸 환상으로 보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식 확인했어요.
AI 사용 인정한 제출서 작성자

RRA의 제출서 작성을 담당한 자원봉사자 앤 S. 스미스는 가디언의 질의에 대해 AI의 도움을 받아 답변을 작성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녀는 “AI를 활용한 문헌 검색, 데이터 종합, 문서 준비 등 다양한 분석 도구를 사용했다”고 밝혔어요.
스미스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들을 인용한 것에 대해서도 “완전히 적절했다”고 주장했으며, 오키 풍력발전소 관련 인용은 “잘못 귀속되었지만 실제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설명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습니다.
퀸즐랜드 공과대학교의 AI 연구원 아론 스노스웰 박사는 “참고문헌의 불일치는 AI 시스템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실수”라며 “AI가 생성한 작업물은 반드시 이중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어요.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영향력 확산

RRA는 퀸즐랜드 북부의 소규모 풍력발전소 프로젝트 반대 운동으로 시작해 현재는 재생에너지 전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보수 정치권과 우파 언론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국민당 대표 데이비드 리틀프라우드는 지난달 RRA의 호주 재생에너지 설치 현황 분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RRA가 주도한 호주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에는 에너지 사업가 트레버 세인트 베이커, 딕 스미스, 원주민 권익 옹호자 워렌 문다인 등 저명한 인사들이 서명했어요.
환경 단체들의 우려 확산
호주 지구의 벗 캠페인 코디네이터 캠 워커는 “의사결정자들과 지역사회가 의존하는 증거 기반을 조작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16년 전에 폐지된 정부 부처를 인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보고서를 참조하는 것은 지역사회 대표성이 아니라 허위 진술”이라고 지적했어요.
워커는 또한 “재생에너지가 적절히 계획되도록 하는 것에 대한 진정한 우려가 있지만, RRA의 제출서는 합법적인 환경 우려에 독을 퍼뜨리는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책 결정 과정의 신뢰성 위기
이번 사건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보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한 분야에서 가짜 정보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할 수 있어요.
전문가들은 정부와 의회가 제출되는 자료의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AI를 활용한 문서 작성 시에는 반드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요.
이번 호주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이 정책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술의 편리함과 정보의 정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