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야심 차게 선보인 AI 기반 백과사전 ‘Grokipedia’가 출시 직후부터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진실, 전체 진실, 그리고 진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전문가들은 수많은 사실 오류와 특정 정치적 관점 편향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과연 Grokipedia는 기존 백과사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지식의 형태와 그 이면을 분석해봅니다.

Grokipedia, 일론 머스크의 새로운 AI 백과사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주 인공지능 기반 백과사전 ‘Grokipedia’를 야심 차게 공개했습니다. 그는 이를 “진실, 전체 진실, 그리고 진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지식의 총체이자, 기존의 위키피디아를 대체할 “Wokepedia”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죠. 심지어 머스크는 이 ‘종합적인 지식 컬렉션’을 산화물에 새겨 지구 궤도, 달, 심지어 화성에 복사본을 배치해 미래를 위해 보존할 계획까지 밝혔습니다. 그의 팬들 사이에서는 “일론이 위키피디아를 죽였다. 잘 됐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AI 팩트체크의 그림자: Grokipedia 속 수많은 오류들
하지만 Grokipedia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유명한 영국 역사학자 리처드 에번스 경은 자신의 Grokipedia 항목을 확인했을 때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의 학위 과정, 직책, 연구 주제 등 모든 사실이 허위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나치 독일의 군수부 장관 알베르트 슈페어에 대한 항목은 이미 2017년 수상작 전기에서 수정된 거짓과 왜곡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막시스트 역사가 에릭 홉스봄의 항목 역시 여러 사실 오류를 포함했습니다. 에번스 경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챗룸의 기여 내용이 진지한 학술 연구와 동등하게 취급된다”며 AI가 그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진실 vs. 편향: Grokipedia가 보여주는 정치적 스펙트럼
Grokipedia의 문제는 단순한 사실 오류를 넘어섭니다. 사용자들은 이 플랫폼이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을 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가 선호하는 우파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홍보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Grokipedia의 항목은 크렘린궁을 주요 출처로 인용하며 러시아의 ‘탈나치화’ 등의 공식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반면 위키피디아는 푸틴의 제국주의적 관점을 지적했죠. 극우 단체 ‘브리튼 퍼스트’를 ‘애국적인 정당’으로 묘사하거나,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사태를 ‘폭동’으로 표현하고 ‘계획된 백인 인구 말살 음모론’에 ‘경험적 근거’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특정 정치적 입장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지식 문화의 충돌: Wikipedia와 Grokipedia의 대결
Grokipedia의 등장은 오랜 백과사전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지식 문화의 충돌을 예고합니다. 스웨덴 룬드 지식 역사 센터의 데이비드 라르손 하이덴블라드 부소장은 “알고리즘적 집계가 인간 간의 통찰력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지는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사고방식은 ‘실수가 특징이지 버그가 아니다’라는 반복적인 지식 문화를 가지지만, 학문적 세계는 오랜 기간 신뢰와 학술을 쌓아가는 데 중점을 둡니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Grokipedia의 출시에 대해 “투명한 정책, 엄격한 자원봉사자 감독, 지속적인 개선 문화가 위키피디아의 강점”이라고 반박하며, “특정 관점을 홍보하지 않고 수십억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백과사전”임을 강조했습니다.

AI 시대, 정보의 신뢰성은 누가 책임질까요?
Grokipedia 사례는 AI가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시대에 우리가 직면할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문화사학자 피터 버크 교수는 “만약 머스크가 이를 한다면 정치적 조작이 두렵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많은 백과사전 항목의 익명성은 불필요한 권위를 부여할 수 있으며, AI 생성 콘텐츠는 인간의 개입 정도나 훈련 데이터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해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진실’을 판단하는 주체가 될 때, 누가 그 진실을 통제하고 책임질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Grokipedia가 제시하는 정보의 편향성과 오류를 통해 AI 시대의 정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Grokipedia의 사례는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 실패를 넘어,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정보 생태계의 복잡성과 위험성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에 귀 기울이고, 무엇을 신뢰해야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