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실리콘밸리의 오랜 불문율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쟁 관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기시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OpenAI와 Anthropic이라는 두 거물급 기업에 모두 자금을 쏟아붓는 벤처 캐피탈이 늘어나는 현상은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했음을 시사합니다.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이 의리보다 실리를 택하게 된 배경을 짚어보는 시점입니다.

AI 투자 시장에서 사라진 투자자 의리와 새로운 생존 전략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 특정 분야의 경쟁사 두 곳에 모두 투자하는 양다리 전략은 오랫동안 배신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한 회사의 내부 기밀을 다른 회사로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쪽의 승리가 다른 쪽의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이러한 논리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습니다.
OpenAI가 1,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펀딩을 준비하고 Anthropic이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최소 12곳 이상의 투자사가 양측에 모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는 과거의 도덕적 잣대보다 거대한 기술 권력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 생존에 더 직결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한쪽의 승리에 배팅하기보다 AI 산업 전체의 성장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왜 벤처 캐피탈은 OpenAI와 Anthropic을 동시에 선택했을까
전통적인 투자 원칙을 깨고 중복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단순한 수익률 그 이상입니다. 블랙록이나 피델리티 같은 자산 운용사들은 공개 시장의 논리를 비상장 시장에도 적용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블랙록은 고위 임원이 OpenAI의 이사회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Anthropic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대담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세쿼이아 캐피탈이나 파운더스 펀드 같은 전통의 VC들 역시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창업자 친화적이라는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시장의 두 거물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성장 지표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어느 한 쪽이 완벽한 승기를 잡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일종의 보험을 드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실리콘밸리 거물급 VC들이 중복 투자를 감행하는 3가지 배경
시장의 규칙이 뒤바뀐 데에는 인공지능 산업 특유의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단순히 수익을 쫓는 것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가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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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자금 수요와 인프라 비용
거대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고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과거의 스타트업들과 궤를 달리합니다. 단일 투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여러 투자사가 연합하거나 중복으로 참여하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
승자 독식 구조의 불확실성
과거 플랫폼 비즈니스는 한 명의 승자가 시장을 독점했지만 AI는 다양한 영역으로 분화되고 있습니다. 특정 모델이 모든 산업을 지배하기보다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모델들이 공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복 투자의 위험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
정보 비대칭성의 완화
스타트업들이 과거보다 더 폐쇄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투자자가 이사회 의석을 갖지 않는 이상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경영 참여 대신 지분 보유를 통한 수익 확보에 집중하게 되면서 이해 상충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습니다.
샘 알트먼의 견제에도 무너진 투자 금기사항과 시장의 변화
OpenAI의 수장 샘 알트먼은 과거 Y콤비네이터 회장 시절부터 투자자들의 충성도를 강조해 왔습니다. 실제로 그는 2024년경 자신의 투자자들에게 Anthropic이나 xAI 같은 라이벌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목록을 전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비수동적인 투자를 감행할 경우 OpenAI의 기밀 정보를 공유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견제도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무력해졌습니다. AI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의 단위가 수십 조 원대로 커지면서 창업자가 투자자를 선택하기보다 투자자가 자본력을 무기로 협상 우위에 서게 된 것입니다. 결국 샘 알트먼의 경고는 상징적인 선언에 그쳤고 실리콘밸리의 상징적인 VC들은 보란 듯이 양쪽 모두에 거액의 수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비밀 유지보다 수익률을 우선하게 된 결정적 계기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투자자들의 역할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의 벤처 캐피탈은 단순한 자금 줄을 넘어 경영 파트너로서 기밀을 공유하고 전략을 함께 짰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AI 투자 시장은 헤지펀드나 자산 운용사의 투자 방식과 닮아가고 있습니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여 가치를 높이기보다 유망한 자산을 선점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입니다.
한 투자 관계자는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중복 투자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투자사가 피투자 기업의 세부적인 로드맵이나 기술적 비밀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경쟁사에 투자하더라도 이해 상충의 소지가 적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신뢰 관계는 데이터와 수익률이라는 차가운 숫자로 대체되고 있는 셈입니다.
향후 AI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2가지 요소
변화한 투자 환경에서 창업자들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투자자를 대해야 합니다. 단순히 유명한 벤처 캐피탈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포트폴리오 정책을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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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의 이해 상충 방지 정책 확인
자신들의 경쟁사에 이미 투자했거나 향후 투자할 계획이 있는지 텀시트 서명 전에 명확히 질문해야 합니다. 특히 정보 공유의 범위와 이사회 참여 여부를 명확히 규정하여 기술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투자금의 성격과 목적 파악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인지 아니면 전략적 파트너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중복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전략적 조언보다는 자금 조달의 안정성에 가치를 두고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인공지능 투자의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
과거의 낭만적인 파트너십이 사라진 자리에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들어섰습니다. OpenAI와 Anthropic이라는 두 거물의 대결은 이제 개별 기업의 싸움을 넘어 그들을 뒤받치는 거대 자본들의 복잡한 수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변심을 비난하기보다 이것이 현재 AI 산업이 처한 거대한 자금 수요와 불확실성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시장은 의리보다는 철저한 실리와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더욱 치열한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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